전력수급계획 15년 오판, 4조 석탄발전소가 청구서로
강릉에코파워·삼척블루파워가 송전망 부족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미정산금 수천억 원이 전기요금에 전가되고 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둘러싼 LNG 과잉 투자 논란을 짚는다.
15년 전력예측은 왜 다시 빗나갔나?
2년마다 갱신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15년 뒤를 예측해 수조 원짜리 발전소를 결정한다. 그러나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는 가동 직후부터 송전망 부족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동해안 민자 석탄 3사에서 4조 8천억 원대 손실이 발생했고, 이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 청구서로 전가되는 구조다. 정부는 노후 석탄 28기를 LNG로 1:1 대체하겠다고 밀어붙이지만, 2036년 LNG 이용률이 1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자체 데이터마저 외면당하고 있다.

목차
'전력 부족 공포'는 어떻게 발전소 건설을 정당화했나?
대한민국의 에너지 대계인 전력수급기본계획, 이른바 전기본은 2년 주기로 향후 15년의 수요를 예측해 발전 설비 건설을 결정하는 국가 전력 운영의 설계도다. 정부는 줄곧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앞세워 대형 화석연료 발전소를 지어 올렸다. 수도권 전력 공급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약속과 함께 동해안에 들어선 강릉에코파워와 삼척블루파워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가동 직후부터 현실은 청사진과 정반대로 흘렀다. 송전망 건설이 발전소 완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수조 원짜리 설비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고, 정부가 경고했던 광역 전력난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건설 붐이 끝난 후 지역 상권은 무너졌고, 굉음과 석탄 분진만 남은 주민들은 자신이 처한 악순환을 '개미지옥'이라 부르고 있다.
Korea's biennial power supply plan keeps justifying massive fossil-fuel plant construction under the banner of "looming shortages," yet the predicted blackouts never materialize while host communities collapse.
멈춰 선 발전소 적자는 왜 국민이 떠안게 되는가?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가동되지 않는 석탄 발전소가 만들어내는 미정산금의 실체다.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도 전력당국은 민간 발전사의 적자뿐 아니라 고정비와 이윤까지 보전해야 한다. 매년 수천억 원 단위로 불어나는 이 비용은 별도 고지 없이 전기요금에 스며들고, 결국 평범한 가구의 청구서를 짓누른다.
석탄의 빈자리를 채우는 LNG 전환 역시 같은 함정을 반복한다. 정부는 노후 석탄 28기를 폐지하면서 1:1 LNG 대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길목에서 또 다른 거대 화석연료 설비를 짓는 모순이다. 그 대표 현장이 전남 여수 석유화학 국가산업단지로, E1·한화에너지·한양·포스코 등이 추진하는 신규 LNG 설비만 합쳐도 3.5GW에 달한다. 정작 석유화학 업계는 장기 침체로 NCC 감축이 예고된 상황이라 수요 근거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Idle coal plants still receive guaranteed fixed-cost recovery through "unsettled compensation" passed to consumers, while the same overbuild logic is being repeated with a 3.5GW LNG rush in Yeosu despite a shrinking petrochemical base.
미정산금과 좌초자산, 숫자가 말하는 진실은?
수치는 정책 실패의 규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강릉에코파워의 누적 총괄원가 미정산금은 약 2,206억 원, GS동해전력은 568억 원 수준으로 보고됐고, 2024년 한 해 동해안 민자 석탄 3사의 손실 합계는 약 4조 8천억 원에 달한다. 전력거래소의 재무전망 검증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강릉에코파워의 이자보상배율은 0.88, 삼척블루파워는 0.4에 그쳐 부도 위험이 큰 투기등급 수준으로 평가된다.
LNG 부문도 좌초자산 경고가 누적되고 있다. IEEFA는 국내 LNG 터미널의 미사용 재기화 용량이 2036년 152.8MTPA까지 늘어나 이용률이 19.8%로 떨어질 것이라 분석했고, 좌초자산 규모는 최대 12조 3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됐다. 게다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데이터조차 2036년경 전국 LNG 발전소의 연간 이용률이 10%대로 곤두박질칠 것을 자인하고 있다. 1년 365일 중 약 330일을 멈춰 있어야 할 설비를 위해 수십조 원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Numbers tell the failure: trillions of won in unrecovered costs at idle coal plants, junk-grade interest coverage, and a stranded-asset risk of up to 12 trillion won for LNG terminals projected to run at just 10–20% utilization by 2036.
12차 전기본은 관성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가 준비 중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LNG 신설 발전소의 운영 기간을 30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반적인 화력 설비의 설계 수명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규 LNG 투자 회수를 어렵게 만드는 조치로, 업계에서는 'LNG 퇴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수소 발전 역시 비중 축소 흐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대전환을 약속한 새 정부조차 앞선 정부가 끼워 맞춘 신규 대형 원전 건설 계획과 무분별한 LNG 전환 기조를 사실상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책임 구조다. 전문가들은 실패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을 소수의 관료와 학자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워킹그룹의 밀실 행정에서 찾는다. 과장된 수요 수치와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얽힌 회의실 안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결정이 국가의 미래를 재단해 왔다는 것이다.
The 12th plan flirts with a 30-year cap on new LNG plants, yet inherits big-reactor and LNG-conversion lock-ins from prior administrations — the deeper question is whether closed-door working groups will finally be held accountable.
자주 묻는 질문
Q. 미정산금은 정확히 무엇이고 왜 국민이 부담하나요?
미정산금은 송전망 부족 등 발전소 외부 요인으로 가동이 제한될 때, 민간 발전사가 회수하지 못한 고정비와 이윤을 전력 당국이 사후 보전해 주는 금액입니다. 현행 전력시장 규칙상 이 비용은 정산조정계수 등을 통해 한국전력의 구입 전력비에 반영되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모든 가구와 기업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입니다.Q. LNG 좌초자산은 왜 12조 원까지 추산되나요?
국내 LNG 터미널과 발전소 설비가 향후 수요 감소·탄소중립 규제·재생에너지 확대 흐름 속에서 설계 수명을 채우지 못한 채 조기 폐쇄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IEEFA와 국내 기후·에너지 단체는 미사용 재기화 용량이 2036년 152.8MTPA까지 늘어날 경우 회수 불가능한 투자가 최대 12조 3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Q. 노후 석탄 28기는 왜 LNG로 대체되나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미세먼지 규제 강화로 2030년대 초중반까지 석탄발전 대규모 폐지가 예정돼 있으며, 정부는 전력 공급력을 유지하기 위해 폐지 호기 1대당 LNG 1대를 짓는 1:1 대체 원칙을 적용해 왔습니다. 다만 재생에너지·저장장치·수요 관리로 대체하는 대신 또 다른 화석연료에 묶인다는 점에서 에너지 전환 정합성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Q. 전력수급기본계획 워킹그룹은 왜 비공개인가요?
계획 수립 과정의 시장 영향과 이해관계자 충돌을 우려해 정부는 워킹그룹 회의를 비공개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학계는 수조 원대 설비 결정을 좌우하는 회의가 회의록조차 공개되지 않아 사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회의 공개·외부 검증 도입 등 거버넌스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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