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중 11곳, 산과 전문의 기준 미달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중 11곳이 산과 전문의 4명 기준에 못 미쳤다. 산부인과 전문의 1384명은 일반의원으로 빠져 청주 태아 사망 사건의 구조적 배경이 됐다.
권역모자의료센터 절반이 산과 전문의 기준 미달, 무엇이 문제인가?
전국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가운데 11곳이 정부가 정한 산과 전문의 4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도 분만 병원이 아닌 일반 의원에서 일하는 인원은 2025년 기준 1,384명으로 2년 사이 67명 늘었다. 청주 29주 임산부 태아 사망 사건 직후 드러난 분만 인프라 붕괴의 구조적 원인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목차
청주 사건은 왜 분만 인프라 붕괴의 신호탄이 됐나?
지난 5월 1일 충북 청주에서 임신 29주차 산모가 응급 분만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280킬로미터 떨어진 부산 동아대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됐고, 태아는 끝내 숨졌다. 인근 권역모자의료센터인 충북대병원에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단 1명뿐이었고 그마저 산과가 아닌 부인과 담당이었다. 충청권 병원이 잇따라 수용을 거부하면서 소방당국은 전국 단위로 병원을 수소문해야 했고 이송에만 3시간 30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는 사건 직후 고위험 모자 진료 체계 전반을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A 29-week pregnant woman was airlifted 280 kilometers from Cheongju to Busan after regional hospitals refused admission, and the fetus did not survive. The case exposed how thin Korea's high-risk delivery infrastructure has become.
산과 전문의는 왜 일반 의원으로 빠지고 있나?
국회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도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일반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2023년 1,317명에서 2025년 1,38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의원급으로 빠진 전문의 증가폭은 내과 83명, 산부인과 67명, 응급의학과 65명 순이었다. 24시간 당직과 응급수술, 높은 의료사고 소송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분만 진료 대신 검진과 비급여 시술을 중심으로 하는 의원으로 전공을 전환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근무 강도 조절, 법적 보호, 교육·경력 인센티브, 지역 정주 여건 개선이 패키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Korean OB/GYN specialists are migrating from delivery hospitals to general clinics offering screenings and elective procedures. The number working outside their specialty rose to 1,384 in 2025, with malpractice exposure and 24-hour on-call burden cited as drivers.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 인력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지역에서 24시간 고위험 산모 분만과 신생아 집중치료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으로, 정부 지침상 산과 전문의 4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20곳 중 11곳이 이 기준에 미달했다. 충북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산과 전문의가 각각 1명, 고려대안암병원·아주대병원·가천대길병원·단국대병원·인제대해운대백병원은 2명에 그쳤다. 신생아 진료를 맡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도 권역모자의료센터 20곳 중 17곳이 0~1명 수준이었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거점인 지역모자의료센터 33곳 가운데 25곳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아예 없었다. 정부는 권역모자의료센터에 연간 6억 원의 운영비와 NICU 병상 유지비를 지원하지만, 의사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 지원만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leven of twenty regional maternal-fetal medical centers fall short of the four-obstetrician minimum, and 17 lack pediatric residents on neonatal duty. Government grants of 600 million won per center cannot offset a fundamental personnel deficit.
정부 대책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복지부는 청주 사건 이후 병원 간 전원체계와 분만 취약지 대책을 전반적으로 점검 중이며, 2026년 6월부터 전원 가능한 병원 자원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정보시스템을 가동한다. 같은 해 3월부터는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에게 월 100만 원 수련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관련 예산은 397억 원 규모다. 그러나 2025년 산부인과 전공의는 188명 모집에 1명만 지원했고, 전국 분만 시설은 2013년 706곳에서 2023년 463곳으로 34.4% 줄었다. 분만 가능 시설이 한 곳도 없는 시군구가 250곳 중 77곳(30.8%)에 달한다. 김선민 의원은 "복지부는 단순한 수가 인상에 그치지 말고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재정 인센티브만으로는 산과 의사 이탈을 멈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다.
Seoul will launch a real-time hospital-resource tracker in June 2026 and now pays essential-medicine residents an extra million won per month, but only one applicant signed up for 188 OB/GYN training slots in 2025. Structural reform — not stipends — is the open question.
산과 의사 부족은 왜 단순한 인력 통계로만 읽혀선 안 되는가?
이번 자료가 보여주는 핵심은 단순한 의사 머릿수 부족이 아니다. 자격을 가진 산부인과 전문의가 1,384명이나 일반 의원으로 빠졌다는 사실은, 한국의 분만 의료가 자격 있는 의사들조차 "이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의사가 없는 게 아니라, 분만 진료를 계속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 차이는 정책 설계에 결정적이다. 단순 인력 부족이라면 양성을 늘리면 되지만, 자격자 이탈이 누적된 구조라면 진입과 잔류 양쪽을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월 100만 원 수련수당, 권역모자의료센터당 연 6억 원 운영비 같은 재정 인센티브가 무력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24시간 당직, 응급수술의 정신적 압박, 분만 사고 한 건이 의사 인생을 흔들 수 있는 의료소송 구조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에 월 100만 원이 결정적 유인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2025년 산부인과 전공의 188명 모집에 1명만 지원했다는 결과가 이미 증명했다. 정책이 보지 못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위험의 비대칭이다. 산과 의사가 짊어지는 형사·민사 책임의 무게와 그 보상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어떤 수가 인상도 누수를 막지 못한다.
청주 사건의 충격이 가장 잘 드러내는 지점은 따로 있다. 권역모자의료센터라는 이름의 거점 시스템이 명목상 존재한다는 사실이 실제 응급 분만이 가능하다는 보장과 더 이상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충북대병원에 있던 한 명의 산부인과 전문의는 부인과 담당이었고,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시스템은 정상 운영되는 것처럼 분류돼 있었다. 6월 가동되는 실시간 병원 자원 추적 시스템이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히 병상 수가 아니라 그 시각 그 병원이 실제로 어떤 응급 분만을 처리할 수 있는지 — 산과·신생아·마취 인력 조합이 동시에 가동 가능한지 — 까지 가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시스템은 또 한 번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프라"의 목록을 늘리는 데 그칠 위험이 크다. 청주 산모의 280킬로미터 헬기 이송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정부의 다음 대책은 숫자가 아니라 책임 분산과 법적 보호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Korea's OB/GYN shortfall is no longer about producing more doctors — it is about the 1,384 qualified specialists who have actively chosen to leave delivery work behind. Stipends cannot close the gap between their legal exposure and their compensation, and a real-time hospital-tracking system will only matter if it surfaces actual operating capacity, not nominal capacity.
자주 묻는 질문
Q.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어떤 기관인가?
지역 단위로 24시간 고위험 산모 분만과 신생아 집중치료를 담당하도록 정부가 지정한 거점 의료기관이다. 산과 전문의 4명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정부 지침상 최소 기준이며 전국에 20곳이 운영되고 있다.Q.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가 왜 일반 의원에서 일하나?
분만 진료는 24시간 당직, 응급수술, 높은 의료사고 소송 위험을 동반한다. 검진·비급여 시술 중심의 일반 의원은 근무 강도와 법적 부담이 훨씬 낮아 전공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Q. 정부의 월 100만 원 수련수당으로 문제가 해결되나?
2026년 3월 시행된 수련수당은 필수의료 전공의 진입 유인책이지만 2025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자는 188명 모집에 1명에 불과했다. 의료계는 법적 보호와 근무 환경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Q. 분만 가능한 병원은 얼마나 줄었나?
전국 분만 시설은 2013년 706곳에서 2023년 463곳으로 34.4% 감소했다. 250개 시군구 중 77곳(30.8%)은 분만 시설이 한 곳도 없는 분만 취약지로 분류된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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