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영업점이 된 은행 콜센터, AI는 왜 만능이 아닌가
가트너는 2029년 AI가 고객문의 80%를 해결한다 예측했지만, 88%가 간접고용된 한국 은행 콜센터 현장은 달랐다. 비대면 영업점이 된 콜센터 노동의 진실을 짚었다.
AI가 콜센터를 정말 대체할 수 있을까?
가트너는 2029년이면 AI가 고객 문의의 80%를 자율 해결한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한국 은행 콜센터 6,399명 중 88%가 간접고용 외주 인력이고, 점포 5,534곳이 10년간 1,700곳 넘게 사라지는 동안 콜센터는 비대면 영업점으로 진화했다. 단순 안내가 아닌 복합 금융 상담이 떠넘겨진 현실에서, AI 만능론은 어디서 어긋나는지 따져봤다.

목차
콜센터는 왜 비대면 영업점이 되었나?
한국 은행권은 지난 10년간 디지털 전환(DX)을 가속해 왔다. 은행연합회 집계로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7,281개에서 2025년 9월 5,534개로 줄었다. 1,747개가 사라졌고, 5대 시중은행은 최근 5년간 676개를 닫았다. 인터넷뱅킹이 입출금 거래의 86.5%(2025년 3분기)를 차지하는 가운데, 앱이 처리하지 못하는 모든 문의는 결국 콜센터로 흘러든다.
문제는 콜센터가 오랫동안 단순 안내 업무로 분류돼 외주화돼 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신장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19개 은행 콜센터 상담사 6,399명 가운데 5,631명, 즉 88.0%가 간접고용이다. 국민은행, 아이엠뱅크, 경남은행, 수협은행, 케이뱅크 5곳은 100% 외주 인력으로 콜센터를 운영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평균은 90.4%, 카드사 평균은 89.6%에 달한다.
Korea's bank branch network shrank from 7,281 in 2015 to 5,534 by September 2025, while 88% of call-center agents at 19 banks are indirectly employed contractors handling work that used to require an in-person visit.
AI가 대체할 수 없는 상담은 무엇인가?
뉴스타파와 협업한 예비 매체 '디프레임(deframe)'이 취재한 시중은행 상담원 A씨(15년 차)는 "예전에는 청약 해지하려면 신분증 들고 지점에 오라고 안내했지만, 이제는 본인 확인부터 인터넷뱅킹 가입 여부, 인증서 로그인, 본인 명의 휴대폰, 화상 인증 가능 여부까지 확인한 뒤 비대면 해지를 안내한다"고 말했다. 한 번 통화에 거쳐야 할 분기점이 다섯 개를 넘는다.
10년 차 상담원 B씨는 "고객들이 전화하면 뭐가 안 되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본인도 어떻게 용건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번은 "인증서가 필요하다"고 한 고객이 자신에게 어떤 인증서가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였다. 금융인증서와 공동인증서는 사용자·용도에 따라 더 세분화돼 있다. B씨는 스무고개 식으로 질문을 던지며 진짜 용건을 찾아냈다.
A씨는 핵심을 짚었다. "AI는 입력된 값만 답한다. 그런데 고객은 그 값이 나올 수 있도록 질문할 줄을 모른다. 자기도 뭘 묻고 싶은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화하는 것이다."
Senior call-center agents say AI handles inputs, not ambiguity — and most callers cannot articulate exactly what they need, especially when navigating layered financial certificates and app-only products.
데이터가 보여주는 노동의 비대칭
AI 대체 전망은 거시 지표상 강력하다. 가트너는 2029년까지 에이전틱 AI가 일반 고객 서비스 이슈의 80%를 인간 개입 없이 해결하고 운영비를 30%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앤트로픽의 이코노믹 인덱스 2026년 보고서에서도 '고객 상담' 직군은 프로그래머 다음으로 Claude API 트래픽에 가장 자주 등장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520개 직업을 분석해 2027년이면 직무 대체율 70% 이상 고위험군이 현재 1개에서 226개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ILO·NASK 공동 글로벌 인덱스는 다른 그림을 그린다. 전 세계 일자리 4개 중 1개가 생성형 AI에 노출돼 있지만, 실제 자동화 위험은 2.3%(7,500만 개)에 그치며 대부분은 '대체'가 아니라 '변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ILO는 2026년 보고서에서 "AI 노출 지표는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줄 뿐, 실제 노동시장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가트너 자신도 2025년 6월 후속 발표에서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2027년 말까지 비용 폭증과 모호한 사업 가치, 부실한 리스크 통제를 이유로 폐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orecasts of 80% AI resolution by 2029 collide with Gartner's own follow-up warning that 40% of agentic-AI projects will be canceled by 2027, and with ILO data showing genuine automation risk near 2.3% of global employment.
전망 — 외주화와 비대면화의 함정
은행이 점포를 줄이고 앱을 늘리는 사이, 콜센터 상담의 무게는 정반대로 무거워졌다. 단순 잔액 확인이나 이체는 챗봇·AI 콜봇이 처리하지만, 사람에게 연결된 통화는 그 다음 단계의 복합 상담이다. 청약통장 해지 절차 안내, 합병 이전 은행 상품 처리, 사회 초년생의 OTP·거치 기간 같은 금융 용어 설명까지 콜센터의 몫이다. 김정훈 코넬대학교 노사관계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자는 "한국 대기업은 상담 노동처럼 비용으로 분류되는 노동을 외주화해 온 전통이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 외주 구조가 AI 시대에도 동일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콜센터 상담사 간접고용률이 88%, 일부 은행에서 100%인 상태에서 AI 콜봇이 도입되면 단순 응대 트래픽만 자동화되고, 남은 복잡 응대는 그대로 외주 인력이 떠안는 구조가 굳어진다. 비용은 줄지만 노동 강도와 책임은 외주 회사·상담사 개인에게 전가된다. 이는 노동절 공휴일 지정과 노란봉투법 시행에도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여전한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단면이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은행 점포 폐쇄 대응방안'을 발표해 사전 영향평가와 정보공시를 강화했지만, 콜센터 노동의 외주 구조와 책임 분담에 대한 직접 규제는 빠져 있다.
As Korean banks accelerate branch closures and lean on AI bots for simple queries, the residual complexity falls onto outsourced agents — a structural shift that current digital-transformation policy does not yet address.
자주 묻는 질문
Q. AI가 정말 콜센터 일자리를 80% 대체할 수 있나요?
가트너의 2029년 예측은 '일반적인' 고객 서비스 이슈에 한정된 수치입니다. ILO·NASK는 같은 기술 영향이 실제 일자리 자동화로 이어지는 비율을 2.3%로 봅니다. 한국 은행 콜센터처럼 복합 상담 비중이 높은 채널에서는 AI가 단순 트래픽을 흡수하고 복잡한 상담이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더 가능성이 높습니다.Q. 한국 은행 콜센터 외주화는 어느 정도 심각한가요?
2025년 상반기 기준 국내 19개 은행 콜센터 상담사 6,399명 중 88.0%(5,631명)가 간접고용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90.4%, 카드사 10곳 평균은 89.6%입니다. 국민은행·아이엠뱅크·경남은행·수협은행·케이뱅크는 100% 외주로 콜센터를 운영합니다.Q.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추세는 얼마나 빠른가요?
은행연합회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7,281개에서 2025년 9월 5,534개로 줄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은 최근 5년간 676개를 폐쇄했고, 인터넷뱅킹이 입출금 거래의 86.5%(2025년 3분기)를 차지합니다.Q. AI 도입에 따른 콜센터 노동 변화는 어떻게 다뤄야 하나요?
ILO는 2026년 보고서에서 자동화 가능성과 실제 노동시장 결과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주 구조를 그대로 둔 채 AI를 얹는 방식이 노동 강도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간접고용 비율 관리와 복합 상담 노동에 대한 보상 체계 재설계가 필요합니다.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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